'나' 다운것.

신기하다. 작년에도 놀라웠지만. 역시 한번 상처입어본 사람은 똑같은 상처를 입었을때 더 빨리 회복되는 모양이다. 마음의 상처라면 특히나 더. 분명히 나 자신의 원래 성격과 주위 사람들의 도움, 또 좋은 사람의 감정을 받아서 생각보다 훨씬 빨리 회복이 되는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서 나 스스로에게 고맙고, 주위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진심으로.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건 거짓말. 내가 지내왔던 시간들을 부정하는거겠지.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시간이 흐르고 흐를수록 아픔은 덤덤해지고, 기억은 추억이 된다. 이제는 점점 추억속의 시간들이 빛나기 시작한다. 어찌되었든 2008년의 상반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게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시간이 아닐까 싶다. 그 시간들이 아쉬운만큼, 안타까운만큼 더더욱 빛나기 마련. 어둠과 빛은 항상 상반되어 있으니까.

이제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시간이 남을때마다 항상 '나 다운것이 뭘까'하고 고민한다. 내가 절대적으로 자신감있는 나 다운 모습은 내가 남들에게 보여주는 수많은 모습들중에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또 스스로도 편안한 모습인게 아닐까.

복잡한 수학공식이나 화학문제를 마치 1+1처럼 풀어버리는 윌 헌팅처럼. 나에게도 그런것이 있다. 좋게 말하면 상대방을 편안하게 하기. 나쁘게 말하면 상대의 마음을 읽고, 그것에 맞춰서 행동하기. 나에겐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것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대단하다고들 말한다. 아마도 이것이 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장점이라면 장점을 그대로 두지 말고, 빛을 뿜어낼때까지 닦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 행동들과 생각들이야말로 지나치면 상대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니까. 항상 때와 장소를 고려하고 대화의 흐름을 한발 더 앞서서 생각하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한다.

타인을 상처입히지 말고, 그 사람이 가장 편안할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주는것. 항상 경청하는 자세를 잊지말고, 부드러운 화법으로 상대방과 대화할것. 힘듬과 어려움을 나에게 털어놓는 사람은 대부분 나에게 그것을 이루어달라고 하는게 아니라, 단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가 필요한것뿐이니까.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줄때. '아마 그렇겠지'하면서 지레 짐작하는 버릇은 당장이라도 버려야한다. 무엇이든 차근차근 다 들어보고, 또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내 나름대로의 판단을 스스로도 신뢰할수 있을때 이야기할것. 여전히 내 장점을 발전시켜야할 방향은 무궁무진하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초능력자나 독심술자는 아니다. 다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보통 사람들보다 많은것들이 보이는것뿐이겠지. 그것도 상대가 아무런 말조차 하지 않는다면 나도 아무것도 알수 없다. 나는 단지 다른 사람들보다 이야기를 하기 편하고, 또 잘들어주고, 대답속에 배려를 담아줄뿐. 사실 내 장점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대화가 있어야 한다는 선조건이 있긴 하지만.. 물론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털어놓는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는 나도 잘 알고있다. 나에겐 마음속의 이야기를 털어놓는것이 마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만큼이나 힘드니까. 누군가를 좋아하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믿게되면 사람은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이 사람은 내 마음을 다 알고 있구나..'하면서 마음속으로 무언가를 하나둘씩 바라게 된다. 하지만 생각만하고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으면, 그 바램은 점점 커져만가고 상대방은 아무것도 모르게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대화가 단절된다는게 얼마나 두려운일인지.. 입이 아플만큼 떠들어도 다 표현할수 없는게 자신의 마음이다. 난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는거겠지.

나 역시 남들에게 기대하는것이 있다. '이렇게 해주었으면.. 저렇게 해주었으면..'. 하지만 내 마음을 함부로 열지 않는다는것은 타인에게 바라는것 또한 많지 않게 한다. 내가 나쁜걸까? 안좋은걸까? 괜시리 이것저것 기대하기보단, 원한다면 원하는대로 이야기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것을 이야기하는것 자체가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열어서 보여주는거니까.

나를 항상 좋게봐주는 주위사람들은, 그점을 알고 있다. 난 아무런 조건없이, 아무런 요구없이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걸. 그리고 아주 가끔이지만, 정말 잠깐잠깐이지만 진실로 내가 믿고있는 사람들에게만 내가 원하는것들을 이야기한다는걸. 그들은 다 알고있다. 그렇기때문에 나도 그들에게 고맙고, 그들도 나를 편하고 좋게 봐주는게 아닐까.

사람은 항상 두눈을 떠야한다. 하나는 나 자신을 바라보기 위함이고, 또 하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위함이다. 거의 성인의 경지가 아닐까 싶지만, 난 그렇게 하고싶고, 또 그렇게 하고 있으며, 그렇게 되기위해 노력한다. 그게 가장 '나 다운것'이니까.

by 천의무봉 | 2008/07/22 02:02 | 日記 | 트랙백 | 덧글(3)

36 Hour..

36시간째 깨어있는 지금. 몸은 쌩쌩한데 눈이 짜릿짜릿하게 아프다.

간만에 술을 좀 달렸더니. 아니 좀 달린게 아니라 꽤나 달린덕에. 오늘이 당직임에도 불구하고 출근시간전까지 마셔버린......

아무튼.

사람이 사람을 알게 된다는건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다. 그만큼이나 사람을 잊어간다는게 신기하고 놀랍다. 나를 조금 더 아낀다면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잊고 나를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들만 만나는게 맞는걸까.

어찌되었든 첫사랑은 힘들게 떠나갔고. 참 운이 좋은건지 새로운 사람이 즉각 나타나줬다. 물론 마음은 전과 같지 않다.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 한들 첫사랑에게 가졌던 감정과 같지 않겠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니까.

이 세상에 너무나 많고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중에 몇몇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점점 친해져간다는것. 다시금 생각해보니 놀랍고 신기하다. 새로운 사람과 나는 또 어떤 인연일까.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게 될까. 생각만으로도 두근두근하고, 가슴 떨리는 일이다.

오늘은 조금 일찍. 피곤한 몸을 쉬게 하러 가야겠다. 물론 불편하기 짝이없는 딱딱한 소파지만, 지금의 나에겐 내 방의 침대보다도 더 편안한 잠자리일수밖에 없다. 역시 사람의 모든 일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생각하기 나름인듯.

응. 진짜 생각하기 나름이다.

by 천의무봉 | 2008/07/20 21:53 | 日記 | 트랙백 | 덧글(6)

혼자 있기.

이제 그래야겠다.

난 참.. 답답하게도. 매일같이 그 사람을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면 떠나간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줄줄 알았나보다. 너무너무 참다가 어쩌다 연락 한번 하면 아무런 응답없는 그런 사람을. 이제와서 계속 생각해봐야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걸 점점 알아간다.

우습게도. 내게 호감을 보이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응답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미워서. 아니. 내 나름대로는 나중에 생길 일때문에 그 사람에게 상처주게 될까봐. 잠들기전에 그 사람을 거부해버렸다. 그러고나자 마음이 너무 쓸쓸해져버린걸까.. 아니면 그렇게까지 결심을 했기때문에 예전 사람이 다시 떠오른걸까.

태어나서 처음. 햇빛이 쨍쨍 비치는 날은 아니었지만 대낮부터 맥주캔을 아작내고.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벨소리에 너무나 깜짝놀랐다가 실망한 나 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러워서 침대에서 엎드려 울고.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서 그 사람 집으로 달려가려다가 너무나 붉게 달아오른 내 얼굴을 보고 다시 포기하고. 오늘 하루 내내 나 혼자 만들어낸 지옥에서 그렇게 그 사람이 날 구해주기만 기다리며 연락이 오길 바랬는데. 아무런 연락도 오질 않는다.

여름이라, 잠시 잊고 지냈던 태풍이 밀려와 오늘부터 내내 비를 내린다고 했다. 난 당연하게도 그럴줄 알았다. 나름 운치있게 써본답시고 '당신을 생각하는 만큼 비가 와요'따위의 느끼한 문자나 보내고. 마음을 굳게 닫고 있다가 진심을 내보이면서 해피 앤딩으로 끝나는 영화들을 찾아보고선 혼자 용기를 얻기나 하고. 나 혼자 너무나 열심히 자위행위에 빠져있었던게 아닐까. 차라리 수음이었다면 기분이라도 좋았지. 나는 괜찮아, 할수 있어, 가능해.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가 대체 뭘 바라고 있었던건지. 몇날 몇일을 내릴것같은 하늘이 맑게 개인걸 보고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비가 오면 감수성이 예민해진다는 헛소리가 있다. 어딘가 잡지에서 분명히 멜라토닌이 어쩌구저쩌구 했던것 같은데. 과연 그런 헛소리가 없었다면 비가 온다한들 옛사랑이 생각나고, 이상하리만치 우울해졌을까. 가끔은 쓸모없는 지식들이 머리를 채우고 있다. 비오는 날이면 예민해지고, 독하디 독한 담배와 술이 땡기고, 여자를 안고싶고.

날씨 참 좋다. 비온뒤의 날씨라 바람만 대충 맞아봐도 안다. 가만히 있으면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시원하게 불어올 바람. 그 속에 느껴지는 적당한 습기. 난 이미 이런날엔 술을 마셔야 한다는걸 머리와 몸에서 공식으로 느끼는 걸까. 그러고보니 여자에 휘둘려서 너무 많은것들을 잊고 지내왔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기때문에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따위 변덕스러운 하늘에나 던져버리고, 복잡한 마음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날 사랑한다는 사람도 저리 치우고, 나답게 하루하루를 살도록 해야겠다.

혼자있기. 결코 버림받아서 혼자가 아닌, 내가 택한 혼자 있기. 누구는 궤변이라고 말할지 몰라도, 세상이 러브 앤 피스인건 일단 한두달쯤 미루고. 가능하면 일도 그만두고 싶지만 그건 안되니까. 일하는 나와 혼자있는 나를 나눠서 그렇게 잠시 나를 좀 쉬게하자.

by 천의무봉 | 2008/07/19 20:29 | 日記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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