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기.

이제 그래야겠다.

난 참.. 답답하게도. 매일같이 그 사람을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면 떠나간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줄줄 알았나보다. 너무너무 참다가 어쩌다 연락 한번 하면 아무런 응답없는 그런 사람을. 이제와서 계속 생각해봐야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걸 점점 알아간다.

우습게도. 내게 호감을 보이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응답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미워서. 아니. 내 나름대로는 나중에 생길 일때문에 그 사람에게 상처주게 될까봐. 잠들기전에 그 사람을 거부해버렸다. 그러고나자 마음이 너무 쓸쓸해져버린걸까.. 아니면 그렇게까지 결심을 했기때문에 예전 사람이 다시 떠오른걸까.

태어나서 처음. 햇빛이 쨍쨍 비치는 날은 아니었지만 대낮부터 맥주캔을 아작내고.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벨소리에 너무나 깜짝놀랐다가 실망한 나 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러워서 침대에서 엎드려 울고.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서 그 사람 집으로 달려가려다가 너무나 붉게 달아오른 내 얼굴을 보고 다시 포기하고. 오늘 하루 내내 나 혼자 만들어낸 지옥에서 그렇게 그 사람이 날 구해주기만 기다리며 연락이 오길 바랬는데. 아무런 연락도 오질 않는다.

여름이라, 잠시 잊고 지냈던 태풍이 밀려와 오늘부터 내내 비를 내린다고 했다. 난 당연하게도 그럴줄 알았다. 나름 운치있게 써본답시고 '당신을 생각하는 만큼 비가 와요'따위의 느끼한 문자나 보내고. 마음을 굳게 닫고 있다가 진심을 내보이면서 해피 앤딩으로 끝나는 영화들을 찾아보고선 혼자 용기를 얻기나 하고. 나 혼자 너무나 열심히 자위행위에 빠져있었던게 아닐까. 차라리 수음이었다면 기분이라도 좋았지. 나는 괜찮아, 할수 있어, 가능해.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가 대체 뭘 바라고 있었던건지. 몇날 몇일을 내릴것같은 하늘이 맑게 개인걸 보고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비가 오면 감수성이 예민해진다는 헛소리가 있다. 어딘가 잡지에서 분명히 멜라토닌이 어쩌구저쩌구 했던것 같은데. 과연 그런 헛소리가 없었다면 비가 온다한들 옛사랑이 생각나고, 이상하리만치 우울해졌을까. 가끔은 쓸모없는 지식들이 머리를 채우고 있다. 비오는 날이면 예민해지고, 독하디 독한 담배와 술이 땡기고, 여자를 안고싶고.

날씨 참 좋다. 비온뒤의 날씨라 바람만 대충 맞아봐도 안다. 가만히 있으면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시원하게 불어올 바람. 그 속에 느껴지는 적당한 습기. 난 이미 이런날엔 술을 마셔야 한다는걸 머리와 몸에서 공식으로 느끼는 걸까. 그러고보니 여자에 휘둘려서 너무 많은것들을 잊고 지내왔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기때문에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따위 변덕스러운 하늘에나 던져버리고, 복잡한 마음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날 사랑한다는 사람도 저리 치우고, 나답게 하루하루를 살도록 해야겠다.

혼자있기. 결코 버림받아서 혼자가 아닌, 내가 택한 혼자 있기. 누구는 궤변이라고 말할지 몰라도, 세상이 러브 앤 피스인건 일단 한두달쯤 미루고. 가능하면 일도 그만두고 싶지만 그건 안되니까. 일하는 나와 혼자있는 나를 나눠서 그렇게 잠시 나를 좀 쉬게하자.

by 천의무봉 | 2008/07/19 20:29 | 日記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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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armalade at 2008/07/19 21:53
조금씩 조금씩. 하루에 단 일분이라도 나를 위해 보내는 시간을 늘려보는 거에요.
그러다 보면 혼자놀기의 즐거움(?)을 알게 될거에요. 후훗;
Commented by 천의무봉 at 2008/07/20 21:55
꼭 '혼자놀기'라기보단, 애인없이도 즐길수 있는 시간들을 다시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음.. 뭐랄까. 연애는 연애고, 일은 일이고, 나는 나라는 생각?
Commented by marmalade at 2008/07/21 08:54
ㅇㅅㅇ...그게 혼자놀기에요;;저만의 생각이지마능..ㅎㅎ
Commented at 2008/07/20 01: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천의무봉 at 2008/07/20 22:08
확실히, 몸을 혹사시키면 잡생각이 떠오르지 않죠. 그리곤 어느날 문득 다 잊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하지만 전 고생을 좀 해야 나중에 빛을 보는 스타일이라.. 지금은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운좋게 좋은 사람도 또 생겨버렸구요. ㅎㅎ
Commented at 2008/07/20 20:1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천의무봉 at 2008/07/20 22:09
힘내고 있습니다. 격려 감사해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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